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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공의 타심통과 격벽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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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맹콩 이름으로 검색 (211.♡.245.147), 작성일 02-12-14 11:30, 조회 9,603, 댓글 0

본문


1.

만공스님이 천장암에서 경허선사를 모시고 공부할 때의 일화가 있다.

만공스님이 공부를 하다가, 어느 날 홀연 타심통(他心通)이 열려서,

사람의 마음과 세상의 일을, 방문 밖을 나가 보지 않고도,

 

손바닥 위에 놓고 보듯, 환-하게 아는 경계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하여

사람들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순조롭게 풀어주기도 하고,

심지어 곧 죽게 되는 함정에서도, 능히 살아날 수 있는 지혜를

곧잘 일러 주기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경허선사를 시봉하던 경환이라는 아이가, 경허선사한테 꾸지람을 듣고,

한밤중에 행방불명이 되었다. 경허선사는 온 경내를 샅샅이 뒤지고,

큰소리로 이름을 부르며, 돌아 다녔지만, 찾지를 못했다.

 

경허선사는 하는 수 없이, 제자인 만공에게 물었다.

"여보게 만공! 자네가 그렇게 잘 알아 맞힌다 하니,

경환이가 어디로 갔나? 한번 알아 보게나."

 

2.

만공이 말씀드렸다.

"지금 겅환이는, 저 나무 꼭대기에 숨어 있습니다.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곧 내려와서 잘 것입니다."

 

경허는 웃으면서 말하였다.

"에끼 이 사람아! 폭풍까지 부는 한밤중에

무엇때문에 나무 꼭대기에 올라가 있단 말인가."

 

"스님을 약 올리기 위해서, 나무 꼭대기에 올라가

숨어 있는 것입니다. 제가 내려오도록 하겠습니다."

곧이어 만공은 나무 위를 쳐다 보면서 소리쳐 말했다.

 

"네 이놈, 얼른 내려오지 못하겠느냐?" 만공이 꾸짖어 소리치자,

과연 나무 위에서, 경환이란 아이가 내려와,

경허에게 무릎을 끓고, 잘못을 빌었다.

 

3.

이튿날 경허는 만공을 불러서, 엄하게 꾸짖어 말하였다.

 

"옛 스님이 말씀하시기를, 깨친 사람의 경지에서는,

신통(神通)은 오히려 요망하고 괴이한 일이며,

또한 성인의 지엽적인 하찮은 일이다.'라고 하셨으니,

 

도인이라도 술법(術法)을 행하면, 믿을 수가 없는 법이라네.

그러니 설사 그대가 살고, 남도 살려주는 일이라 하더라도,

앞으로는 절대로, 그러한 짓은 하지 말 것이니라."

 

그 이후로 만공은 스승의 말씀을 깊이 명심해서,

절대로 <신통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한다.

 

4.

만공 선사가 서산 천장사에서 수행하던 때의 일이다.

'만법이 모두 하나로 돌아가는데,(萬法歸ㅡ)

하나는 어느 곳으로 돌아가는가?'(ㅡ歸何處)라는 공안을 듣고,

 

그는 커다란 의심에 빠져 들어 버렸습니다.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그 의심덩어리만 생각하였습니다. 하루 종일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마음 속에서 항상 그 의심덩어리만 붙들고, 골똘히 생각하였습니다.

 

어느 날 좌선하고 있을 때, 앞에 있는 벽이 뻥- 뚫려 버렸습니다.

그 구멍으로 밖의 풍경이 그냥 훤히 내다 보였습니다. 푸른 하늘,

흰 구름, 나무, 풀잎까지도 벽을 통해 뚜렷하게 보였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앞에 있는 벽을 손으로 어루만져 보았습니다.

벽은 여전히 거기에 있었는데도, 마치 유리를 보는 것 같이

투명하였습니다. 위를 쳐다 보니, 천장을 통해서도,

밖이 그대로 보였습니다. 순간 만공 스님은 뛸 듯이 기뻤습니다.

 

5.

"드디어 내가 만물의 본래 성품을 꿰뚫어 보았다. 내가 견성을 했다."

인가를 받으려고 달려 가니, 이때 조실(祖室) 스님이 물었습니다.

"아, 그래? 그럼 만물의 본래 성품이 어떤 것이냐?"

 

"제가 벽과 천장을 보니까, 벽과 천장이 없는 것처럼 훤히 보였습니다."

"그~래? 그게 그 진리란 말이냐?"

"예. 전 이제 아무런 장애도 없습니다." 바로 그 순간,

조실 스님은 주장자를 들어서, 만공의 머리를 후려쳐 버렸습니다.

 

"지금도 눈 앞에 아무런 장애가 없느냐?"

만공 스님은 정신이 없었습니다. 눈이 튀어 나올 것 같았고,

단단한 벽이 다시 나타나 보였습니다. 그 후 만공 스님은

더욱 분발하여 정진하였습니다.

 

6.

3년이 지난 어느 날 새벽, 아침 종성을 하면서,

약인 욕 료지.  若人 慾 了知.

삼세 일체 불.  三世 ㅡ切 佛.

응관 법계 성.  應觀 法界 性.

일체 유심 조.  ㅡ切 唯心 造. 라는 대목을 외며,

 

범종을 치는 소리에, 마음이 확 트이고, 천지가 새로 열리는,

깨달음의 법열을 경험하였습니다. 그로부터 2년 후, 만공스님은

평생의 스승이시며, 한국선의 중흥조이신 경허 선사를 찾아뵙고,

 

그 간의 공부의 진척을 낱낱이 사뢰었습니다.

경허(鏡虛) 선사가 말하였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이구나."

"나는 네가 견성하였다고 들었는데, 그것이 사실이냐?"

"예, 사실입니다."

 

"훌륭하구나. 그럼 내가 한 가지 묻겠다."

경허 선사가 부채와 토시를 꺼내어, 만공 앞에 놓으며 말했습니다.

"이 둘은 같으냐? 다르냐?"

"부채가 토시이고, 토시가 부채입니다."

 

7.

이에 경허 선사는, 만공이 틀린 것을 가르쳐 주기 위하여,

몇 시간을 애썼으나, 만공은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경허(鏡虛) 선사가 말했습니다.

 

"그럼 내가 한 가지 더 묻겠다.(有眼 石人 濟下淚)

'눈이 있는 돌사람이 눈물을 흘린다.' 라는 말이 있다.

이것이 무슨 뜻이냐?"

만공은 묵묵부답, 할 말을 찾지 못하였습니다.

 

"네가 이것을 모르는데, 어찌 부채와 토시가 같다고 하느냐?"

다시 3년이 지나, 만공은 경허(鏡虛) 선사를 찾아가,

절을 올리고 말했습니다. "꿀은 달고, 김치는 맵습니다."

이렇게 하여 만공 선사는, 경허 선사의 법을 잇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