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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스타위쉬 이름으로 검색 (218.♡.169.184), 작성일 02-12-18 19:29, 조회 5,60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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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방가는 것이 두렵지않은 사람들





오래전 이야기이지만 한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당장 5억원의 돈이 생기기만 한다면 그 대가로 감방생활 5년도 감수할 수 있다고....



그 친구 계산으로는 5년정도 고생하는 대가로 지금 당장 5억원이 생기면 아무 일 하지 않고도 은행이자만으로 연 5,000만원(이자율 10%) 정도의 소득이 일생동안 보장될 수 있으니 수지맞는 장사가 아니냐는 것이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기에 장난기가 생겨 감방생활이 고달프고 외로워서 견디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물었더니 어차피 돈없이 사는 인생은 창살없는 감옥과 다를 바 없고 외로운 것도 6,70년대 돈벌러 2-3년씩 중동으로 떠났던 사람들 생각하면 별로 다를 게 없지 않느냐고 상당히 진지한 얼굴로 대답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범죄를 저지르면 호적에 빨간 줄이 그어지고 세상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을텐데 자식이나 가족 생각해서라도 그건 곤란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 친구 왈 돈없으면 세상사람들은 물론 자식이나 가족으로부터도 제대로 대접받기 어려울 것이고 실제로도 물려줄 유산없는 부모들이 자식들로부터 버림받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느냐고 강력히 반박하는 바람에 잠깐동안 말문이 막혔던 기억이 난다.



물론 5억원이 갑자기 생길 리도 없고 그 친구 전공이 경제학이다 보니 자신의 이익극대화를 추구하는 자본주의적 인간을 염두에 두고 그냥 머릿속에서만 그려본 합리적 논리려니 생각하고 가볍게 넘기고 말았지만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이 친구 생각이 결코 터무니없는 생각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의 후광을 등에 업고 권력을 휘두르고 돈을 챙기다가 결국 감방에 갔던 전임 대통령의 아들.



비리를 저지르면 대통령의 아들이라도 감방에 간다는 것을 확인하고서도 똑같이 권력을 휘두르고 돈을 챙기다가 마찬가지로 감방에 가게 된 현직 대통령의 아들.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자금을 눈먼 돈처럼 마구 끌어다쓰다 몇조원에 이르는 부담을 국민에게 안기고 감방에 들어가있는 부실기업주들.



작전물량을 팔아치우기 위해 기관계좌를 도용하여 250억원이나 되는 엄청난 금액의 주식을 불법매매한 증권회사직원.



6년여 동안 고객 돈 28억여원을 횡령하여 옷가게와 호프집을 차리고 부동산에도 투기하여 꿈같은 생활을 꿈꾸었던 새마을금고 여직원.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하면서 회계와 경영의 투명성을 소리높이 외치고 실제로 몸소 그것을 실천하고 있으리라고 믿었던 미국 대기업의 CEO들도 한꺼풀 벗겨보니 돈앞에선 무력하기 그지없는 존재였다.



거대에너지회사인 엔론사의 CEO인 제프스킬링은 회계법인과 짜고 실적을 뻥튀김하여 주가를 올린 다음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을 부도나기 전에 팔아치워 1억달러 이상을 챙겼고 장거리 전화회사인 월드컴의 CEO 버나드 에버스도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무려 40억달러에 가까운 회계부정을 저지르고 회사를 결국 파산에 이르게 하고 말았다.



왜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것일까?



사람이 잘못돼서? 제도가 잘못돼서? 아니다.



죄를 저지르고 치러야할 대가보다 얻을수있는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



이들은 생애소득과 생애손실이라는 관점에서 자신의 행동전략을 선택하는 사람들이다.



용의주도하게만 행동하면 죄를 저질러도 들통나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갈 수 있고 혹 재수가 없어 감방을 가는 일이 생겨도 돈만 있으면 별로 힘들지 않게 감방생활을 하다가 세상에 나와 챙긴 돈으로 남은 여생을 여유있고 풍족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이 길을 택하는 것이 훨씬 수지맞는 장사라는 생각에서이다.



더구나 우리 사회처럼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상식처럼 굳어 있는 사회에서라면 이런 전략을 선택하는 유혹은 더욱 커진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점점 커지는 무한경쟁시대,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2 : 8 혹은 1 : 9 사회의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경제적 안전판을 마련해두려는 사람들의 조바심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그래서 안전판을 마련할 수만 있다면 이제 감방가는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닌 일처럼 생각하는 험악한 사회가 올지도 모른다.